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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멍 때리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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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 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내 다섯 손가락으로 당신 손등을 꽉 감싸고 당신의 손바닥을 내 손바닥에 빈틈없이 맞붙이고 당신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봉합된 이 모양을 눈 떼지 않고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이 구겨진 길을 따라 걷는다 한 쌍의 다정한 말똥구리처럼 지구를 굴리며 걷는다 태양을 향하여 직진으로 걷는다 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지문 하나 남지 않게 닳고 닳도록 그러므로 말똥 같은 지구를 우주 벼랑 끝으로 굴려 떨어뜨리도록 당신의 그림자와 내 그림자가 봉합된 채 이 조그만 지구에 그늘과 밤을 수천 번 드리울 때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 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 아무도 읽지 말거라
김수영 - 달나라의 장난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로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 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
박성우 -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 1. 흔히 여행하면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을 떠올리는데 이 책은 그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들을 혼자 돌아보고 사색하며 쓴 일기장 같은 여행기다. 그래서 여행지의 교통편이나 숙박안내, 어디가면 무슨 음식이 맛있다는 등 천편일률적인 여행기와는 전혀 다른 책이다. 내가 이 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여행기치고는 너무 소박하고 글들이 시적이어서다. 물론 시인이기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다른 시인들이 들뜬 기분에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여행지를 안내하는데 비해 아주 조용하고 수줍은 여행후기다. 남들 가는 곳을 나라고 못갈소냐며 죽자사자 갔다가 북새통을 이루는 여행지에서 갖은 바가지는 다 쓰고 고스톱 몇 판 치다 뽕짝에 맞춰 궁둥이 두어번 흔들고 온 것이 ..
이재무 - 남겨진 가을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긴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